전세대출을 받아본 사람은 알고 있지만 처음 받아본 사람은 좀 당황하는 부분이 있다.
대출금 2억에 금리 3%라면, 1년에 600만원 한달에 약 50만원?
이렇게만 계산을 하고 있었는데, 대출을 실행하려고 보니 보증료 약 50만원과 인지세 7만원이 추가로 붙는 것이다. 이렇게 따지면 한달에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약 55만원으로 환산된다.
※ 위 예시의 보증료와 인지세는 딱 저렇게 정해진 금액이 아니다. 대출금에 따라 달라진다.
나름 열심히 이자 부담과 월세 부담을 계산하고 비교해서 결정을 한 것인데, 약정 후에나 이런 부대비용의 존재를 알게 되면 좀 허무하다.
물론 상품 설명서나 약정서에 다 나와있긴 하지만 약정서를 제대로 읽고 가입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시중은행은 상담 중에 은행원을 통해서 안내를 거듭 받을 수 있지만 비대면 대출에선 이를 늦게 인지하는 사람이 많다.
게다가 주변에서 전세보증보험(?)을 가입하는 걸 권장한다. 집 주인이 보증금을 못 돌려주는 상황에서 수천~수억원씩 되는 내 돈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어? 난 그거 난 대출 받을 때 가입 했는데?
이렇게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보증과 이 보증은 다르다. 즉 대출할 때 낸 보증료 말고 보증료를 한번 더 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월 환산 부담이 약 60만원 가까이 될 수도 있다.
즉, 금리가 싼 전세자금 대출(보증 연계 상품)은 0.2~3% 정도는 금리를 더 높게 계산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입하는 이 두 가지 보증상품은 무엇인가? 꼭 필요할까?
1. 전세대출상환보증(보험)
aka. 전세 대출금 상환 보증(full name), 전세대출금상환보증보험, 주택금융신용보증
전세대출의 금리가 싼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은행이 본인들이 빌려준 돈을 안전하게 돌려받기 위한 보증이다. 은행이 가입하고 대출받는 사람이 낸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못 돌려주는 상황이 되든, 임대인은 보증금을 돌려줬는데 우리가 대출금을 안 갚는 상황이 되면 보증기관이 대출을 대신 갚아주는 것이다. 물론 공짜로 갚아주는 건 아니다. 은행에 대출을 갚아주고 난 뒤엔 보증기관이 우리의 채무자이자 추심기관이 된다. 즉, 은행에 돈을 못 갚으면 은행은 보증기관에서 상환받고 손을 털어버리고, 우린 보증기관에 빛쟁이처럼 쫓기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 보증기관은 어떻게 이런 사업이 가능할까? 이는 전세보증금은 생각보다 안전한 돈이기 때문이다. 전세보증금을 내고 들어가서 확정일자를 받고 대항력을 갖추게 되면 이 보증금은 세입자의 정당한 채권이 된다. 즉 세입자가 임대인한게 법적으로, 공식적으로 빌려준 돈이니깐 어떻게든 받을 수 있는 돈이라는 것이다. 임대인이 배째라고 할 경우엔 이 집을 경매로 팔아넘기고 낙찰금에서 내 보증금을 받아낼 수가 있다.
보증기관도 마찬가지다. 보증기관은 우리의 정당한 채권자가되고, 채무자인 우리가 집을 경매에 넘겨서 보증금을 보전받고 다시 갚을 수 있음을 알기에 이런 보증을 서 주는 것이다. 그래서 선순위 채권이 없거나 적고, 부채비율이 낮은 대상물에 대해서만 보증을 해준다. 즉 집값이 1억인데 미리 이 집을 담보로 5천만원의 대출을 받아놓았고 전세보증금이 7천만원이라면 이런 집은 보증도 가입이 안되고 대출도 안나온다는 것이다.
즉 보증기관에선 돌려받을 수 있을만한 대상에 대해서만 보증을 서는 것이다. 물론 이 또한 집값이 폭락하거나 경매에서 잘 안 팔리는 집 등의 경우엔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지만 말이다.
2. 전세금반환보증(보험)
aka.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full name), 전세보증보험,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이건 세입자들이 선택적으로 가입하는 보증보험이다. 전세 대출과 무관하게,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다면 세입자 입장에선 정말 날벼락 같은 일인데 이 때 보증기관이 이를 대신 돌려주는 것이다.
"전세대출금상환보증이랑 차이가 뭐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전세대출금상환보증은 은행의 손해를 막기 위한 것이고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세입자의 손해를 막기 위한 것이다. 전세대출금상환보증을 통해서 대출금이 갚아지더라도 그 빚은 세입자에게 그대로 남아있다. 세입자는 은행의 손아귀는 다행히 벗어났지만 결국 수천~수억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어떻게든 갚아야 한다. 물론 위에서 설명한대로 경매를 통해 보전받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정말정말 오래 걸리고 고단한 과정이다.
이때 전세금반환보증이 가입되어 있다면 보증기관이 나 대신 보증금을 갚아 주고 이런 오래 걸리고 고단한 채권추심과정을 대신 밟는다. 즉 세입자가 임대인에게 떼인 돈을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주고, 세입자는 손 털고 나오고 임대인이 보증기관의 채무자가 되는 것이다.
3. 꼭 가입해야 돼?
전세대출상환보증(보험)은 가입할지 말지를 은행에서 결정한다. 모든 전세대출이 보증서 연계 대출인 것은 아니다. 여러번 설명 했듯 전세보증금은 어떻게든 채권 보전이 가능한 금액이므로 굳이 보증기관한테 좀 더 쉽게 받지 않아도 은행에서도 얼마든지 추심이 가능하다. 다만 시간이 걸리고 인력이 필요하니 이를 비용으로 따져봤을 때 보증서를 쓰는 게 더 편하겠다 싶어서 쓰는 것일 뿐이다. 어차피 보증료도 대출 받는 사람이 내는걸?
보증서가 없는 상품도 찾아보면 있는데 이는 금리가 좀 더 비싸다. 물론 신용대출이나 기타 담보대출보단 쌀 것이다. 채권 보전이 어느정도 용이한 편이기 때문이지만, 그렇다 한들 은행이 대출 받는 사람을 온전히 믿을 수 없으므로 보증을 받지 않으면 금리를 더 높게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전세금반환보증도 마찬가지다. 집주인이 떼 먹는다고 증발해버리는 돈은 아니니 가입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순전히 보증료가 부담되어서 그럴수도 있다. 하지만 전세금반환보증은 보증기관이 여러군데가 있고 공공기관에서 운영되는 상품은 보증료도 저렴한 편이니 가입이 가능한지, 보증료가 얼마인지는 한번 계산해 보길 권장드린다. 전세계약기간이 일정 기간 이상 지나버리면 가입이 안 되는 경우도 있고, 가입 기한과 무관하게 가입이 안된다면 상당히 위험한 전세살이를 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므로 아래 계산기에서 지금 바로 계산해보자.
4. 보증? 보험? 보증보험?
위에서 나도 상품명을 여러가지로 혼동스럽게 썼지 않나 모르겠다. 실제로 말할 때 마다 헷갈릴 정도로 상품명은 다양하면서 미묘하게 다르다. 여기서 가자 헷갈리는게 이게 보증이냐 보험이냐 하는 것이다.
이 둘 간의 큰 차이는 없다. 보험이란 예기치 못한 손실을 보험사에서 대신 부담해준다는 보증이다. 즉 보증이 더 큰 개념인데 그냥 '보증'만 놓고 보자면 어떤일이 일어나도록, 또는 일어나지 않도록, 만약 원하는대로 되지 않는다면 그걸 내가 대신 해주겠다는 약속이다.
예전에 누가 빚을 내는데 누가 보증을 선다는 말이 흔히 쓰였는데, 이는 돈을 빌린 사람이 돈을 못 갚으면 보증을 선 사람이 대신 갚아주겠다는 뜻이란 걸 알고 있을 것이다. 이를 보험이라고 부르진 않는다. 왜냐면 빚을 갚아준 사람이 손해를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채무자한테 시간을 두고 받아낼 권리, 즉 채권은 살아있기 때문이다. 화재보험처럼 재산이 불타 없어져 그 손해를 돈으로 보전해주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전세보증도 마찬가지로 보증금은 그 집이 경매로 넘어가서 낙찰대금으로 돌려 받을 때 까지는 살아있고, 보증기관이 그냥 그 시간과 수고를 대신해주는 개념이므로 '보증'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보증기관은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보험사도 아니다. 보증기관과 보험사는 구분이 된다. 그렇지만 그냥 상품을 보는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보증보험' 등으로 풀어쓰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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